Featured Post

통영 붕장어 (위판장, 제철, 지역경제)

 


여름이 코앞인데 몸이 축 처진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장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올 5월, 밤 9시에 서울을 출발해 새벽 경남 통영 앞바다까지 5시간을 달렸습니다. 단순히 맛집 탐방이 아니라, 장어가 배에서 식탁까지 어떤 경로로 오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길이 생각보다 훨씬 역동적이었습니다.

위판장, 장어가 땅을 밟는 첫 번째 순간

새벽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크레인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15일간 바다에 나갔다 돌아온 배에서 붕장어(Conger myriaster)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붕장어란 흔히 '바다장어'라고 부르는 어종 중 하나로, 민물장어와는 전혀 다른 종입니다. 구별하는 방법이 있는데, 몸 옆면에 선명한 하얀 점선이 일렬로 이어진 게 붕장어만의 특징입니다. 제가 직접 시장에서 눈으로 확인해보니 이 점선이 생각보다 뚜렷해서, 한 번 알고 나면 헷갈릴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활어차로 옮겨진 장어들은 곧바로 위판장(委販場)으로 향했습니다. 위판장이란 어선이 잡아온 수산물을 소매 업자나 도매상에게 경매 방식으로 넘기는 공간입니다. 쉽게 말해 산지와 시장 사이를 잇는 첫 번째 유통 관문입니다. 이곳에서 선별(選別)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선별이란 크기와 품질에 따라 장어를 분류하는 과정으로, 이 단계에서 등급이 나뉘고 가격이 결정됩니다. 크기별로 정리된 붕장어들이 대형 수조에 담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시장에서 만나는 '신선한 장어'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통영은 전국 붕장어 유통량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규모가 얼마나 큰지는 직접 위판장 분위기를 보면 느껴집니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물량이 끊이지 않았고, 국내산만 취급한다는 점에서 원산지에 대한 신뢰도도 높았습니다. 수입산이 섞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통영의 주요 유통 업체들은 국내 근해 통발 조업분만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제철 붕장어, 정말 다른가

5월부터 7월은 붕장어의 제철입니다. 제철(旬)이란 해당 어종이 산란을 앞두고 지방과 영양을 가장 많이 축적하는 시기를 뜻합니다. 이 시기의 붕장어는 살에 기름이 고루 올라 있고, 조리하면 특유의 고소한 향이 훨씬 강하게 납니다. 실제로 통영 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분의 말을 빌리면, "지금 살이 통통하고 기름이 오른 상태라 맛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철 붕장어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한 조리법에 두루 쓰인다는 점입니다. 참장어는 구이가 잘 되지 않는 반면, 붕장어는 아래와 같이 거의 모든 방식으로 조리가 가능합니다.

  1. 회 — 산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육질이 단단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입니다
  2. 구이 — 기름이 오른 제철 붕장어는 불판 위에서 자글자글 소리를 내며 구워집니다
  3. 탕 — 얼큰하게 끓여내는 탕은 뼈까지 우러나와 시원한 국물 맛이 납니다
  4. 탕수육 — 바삭하게 튀겨내는 방식으로, 장어 특유의 잡내가 줄고 담백한 맛이 강조됩니다

제가 식당에서 직접 먹어본 회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붕장어를 회로 먹는 건 도시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산지에서 당일 잡아온 것이 아니면 선도(鮮度) 유지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선도란 수산물의 신선함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어획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떨어집니다. 한 움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을 때 씹히는 탄력과 고소함이 상당했습니다. 구이는 또 달랐습니다. 입에 넣자마자 녹아버리는 부드러움,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고소한 뒷맛은 서울에서 먹던 장어구이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5시간 운전의 피로가 그 한 점에서 다 날아간 것 같았습니다.

수산물 소비와 영양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국립수산과학원(NIFS)에서 제공하는 어종별 제철 정보와 영양 성분 자료를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붕장어의 경우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A, EPA, DHA 등이 풍부해 여름철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지역경제 살리는 산지 유통, 빛과 그림자

통영의 붕장어 유통 구조는 산지 직유통의 모범 사례처럼 보입니다. 어선이 잡아온 장어가 위판장을 거쳐 시장과 식당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관광객이 그걸 소비하면서 지역 경제가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실제로 시장에서 장어를 포장해 가는 분들도 많았고, 식당에도 어버이날을 앞두고 가족 단위 손님이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산지 소비가 활발한 지역은 장어 품질도 유통 과정에서 손상되는 경우가 적어 소비자 만족도가 높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산지 유통을 통해 신선도는 높아지지만, 중간 유통 단계가 여전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기대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산지 직거래가 가격을 낮춘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는 냉장 물류비, 포장 비용, 시장 임차료 등이 더해지면서 최종 소비자가격이 크게 내려오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도 시장에서 가격표를 봤을 때 "생각보다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원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붕장어 보양식 소비를 촉진하는 분위기는 이해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 근해 어획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빠뜨리기 어렵습니다. FAO(국제식량농업기구)의 세계 수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연안 어종의 자원 관리 없이는 20~30년 내 주요 어종의 어획량이 급감할 수 있습니다. 통영 앞바다도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산지 경제를 살리는 것과 수산자원 보호를 병행하는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온라인 직거래망 확대도 좋지만, 어획량 상한선을 설정하는 TAC(총허용어획량) 제도를 보다 철저히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들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붕장어와 참장어는 어떻게 구별하나요?

A. 가장 쉬운 방법은 몸 옆면의 흰 점선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붕장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이어지는 하얀 점선이 뚜렷하게 있고, 참장어에는 이 점선이 없습니다. 제가 시장에서 직접 두 어종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 한 번만 알면 헷갈리지 않을 만큼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Q. 통영 붕장어 제철이 언제인가요?

A. 5월부터 7월이 제철입니다. 이 시기에는 산란을 앞두고 지방이 충분히 오른 상태라 구이, 회, 탕 등 어떤 조리법으로 먹어도 맛이 좋습니다. 제 경험상 6월 초까지는 회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선도가 유지됩니다.

Q. 통영에서 붕장어를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A. 통영 중앙시장이나 서호시장에 가면 당일 조업분 붕장어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단, 오전 이른 시간대에 방문해야 가장 신선한 물량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식당 이용도 병행하고 싶다면 시장 인근 골목 식당들이 산지 바로 공급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붕장어를 보양식으로 먹는 게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붕장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EPA, DHA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어 피로 회복과 면역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먹으면 즉각 기력이 회복된다"는 식의 과장된 표현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균형 잡힌 식단 속에서 제철 식재료로 즐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Q. 통영 붕장어는 전량 국내산인가요?

A. 통영의 주요 유통 업체들은 국내 근해 통발 조업분만 취급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시중 모든 유통 채널이 이 기준을 동일하게 충족하는지는 구매 시 원산지 표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산지라도 원산지 표기 확인은 필수입니다.

통영 앞바다에서 직접 확인한 붕장어 유통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고, 그만큼 산지에서 먹는 맛이 왜 다른지도 이해가 됐습니다. 올여름 보양식을 고민하고 있다면 통영행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만합니다. 단, 소비의 즐거움과 함께 수산자원이 지속 가능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어획량 관리나 직거래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lEC1hlh6wU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6월 제철 수산물 (횟감 추천, 위생 관리, 수온 변화)

신장에 나쁜 채소 (옥살산, 고칼륨, 절인채소)

홈메이드 오리엔탈 드레싱 (시판 드레싱, 올리브오일, 변형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