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 제철과 맛 (비교검증, 암수구분, 부위별맛)
복
날이면 kg당 10만 원에 육박하는 민어를 직접 사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여름이 제철이라 당연히 맛이 절정일 거라 믿었는데, 막상 입에 넣어보니 기름진 감칠맛보다 밍밍함이 먼저 왔습니다. 뒤늦게 원인을 찾아보니 산란기(産卵期) 한복판에 먹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름이 제철이라는 말, 반만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민어는 여름 생선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방어라는 공식은 매스컴이 귀에 못이 박히게 반복해 온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민어는 난류성(暖流性) 어종입니다. 따뜻한 바닷물을 따라 이동하는 어종을 뜻하는데, 겨울에는 제주도 남부 해역에서 머물다가 수온이 오르는 6월부터 서해 북부 지역으로 올라옵니다. 문제는 이 시기가 정확히 산란 성기(産卵盛期), 즉 알을 낳기 위해 가장 활발하게 번식 활동을 하는 시기라는 점입니다. 산란기 어류는 체내 영양분이 알 생산에 집중되기 때문에 근육 내 지방이 현저히 감소합니다. 쉽게 말해 살에서 고소한 기름기가 빠져나간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왜 여름에 민어가 그토록 팔릴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때 가장 많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어획량(漁獲量)이란 일정 기간 동안 잡히는 물고기의 총량을 가리키는데, 민어의 경우 6월에서 8월 사이가 주 조업 시기입니다.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복달임이라는 수요까지 겹치니 가격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치솟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이 시기 민어 가격은 소고기 못지않았습니다.
반면 겨울 민어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산란 이후 빠져나간 영양분을 다시 채우고 월동을 위해 체내 지방을 풍부하게 축적한 상태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어류 생태 자료에 따르면, 민어는 겨울철 제주 남부 해역에서 월동 중인 개체에서 지방 함량이 높게 측정됩니다. 어획량이 적어 유통량은 제한적이지만, 수요가 몰리는 복 시즌과 비교하면 가격은 오히려 저렴합니다. 맛과 가격 모두를 따졌을 때 저는 산란 전인 5월에서 6월 초, 혹은 말복이 지나고 수요가 빠진 9월 이후 또는 겨울철을 노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여름에 먹기로 했다면, 암수 구분은 필수입니다
그래도 복날 민어를 포기할 수 없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마음, 이해합니다. 저도 세 번은 먹어봤으니까요. 그럴 때는 최소한 수치(수컷)를 골라야 합니다.
수치란 수컷 민어를 부르는 말입니다. 직접 알을 배는 암컷에 비해 산란의 영향을 훨씬 덜 받아 여름철에도 살집이 비교적 단단하고 기름기를 유지합니다. 게다가 수컷에게는 짓살이라는 특수 부위가 있습니다. 짓살이란 뱃살 중 내장 옆에 붙어 있는 덧살로, 민어의 모든 부위 가운데 지방 함량이 가장 높고 고소함이 극적으로 진합니다. 암컷에게는 없는 부위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수치와 암치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몇 가지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배 부분에 어두운 색의 줄무늬가 선명하게 보이면 수컷입니다. 암컷에는 이 줄무늬가 없습니다.
- 배꼽 부근 항문이 빨갛게 돌출되어 있으면 암컷입니다. 수컷의 항문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 여름철 배를 살짝 눌렀을 때 말랑하고 뱃살이 얇으면 알을 밴 암컷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컷의 배는 단단하고 뱃살이 두툼합니다.
- 수조에서 똑바로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면 민어가 아닐 확률이 거의 100%입니다. 민어는 활어 상태에서도 배를 뒤집고 겨우 숨만 붙어 있는 것이 정상입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kg당 단가가 확연히 낮은 암치를 수치라고 속여 파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제가 아는 한 사례에서는 10kg짜리 암치를 수치 가격으로 판매해 손님이 30만 원 넘게 손해를 본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남 목포에서 실제로 발생한 이른바 벽돌치기 사건, 즉 민어 바구니에 벽돌을 몰래 올려 무게를 부풀린 뒤 판매한 사건은 이 업계의 일부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런 맹점을 피하려면 위의 구분법을 익혀두는 것이 현실적인 방어 수단입니다.
부위별로 먹어봐야 민어를 제대로 먹은 겁니다
민어를 회 한 접시로만 접한다면 솔직히 가격 대비 효율이 떨어집니다. 제가 직접 풀코스를 경험해보고 나서야 왜 남도 사람들이 민어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먼저 회의 식감부터 짚겠습니다. 민어회는 광어나 우럭처럼 쫄깃한 질감이 아닙니다. 흰살 생선(白肉魚)임에도 지방 함량이 높아 씹을수록 달고 부드러운 맛이 배어 나옵니다. 선어회(鮮魚膾)란 잡은 뒤 피를 빼고 냉장 유통한 생선으로 만든 회를 가리키는데, 민어는 활어 상태로 운반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선어 형태로 유통됩니다. 자연스럽게 숙성이 진행되면서 감칠맛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 선어 민어의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활어회가 더 맛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민어만큼은 선어회의 진한 감칠맛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레는 기름장에 찍어 먹습니다. 껌처럼 씹을수록 단물이 우러나오는 쫀득하고 쫄깃한 식감은 다른 생선 부위에서는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부레풀이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말린 민어 부레를 끓이면 강한 신축성을 가진 천연 접착제가 됩니다. 실제로 전통 활(弓) 제작에 이 부레풀이 필수 재료로 쓰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자료에도 조선시대 궁시(弓矢) 제조에 민어 부레를 활용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뼈를 푹 끓인 맑은 탕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저는 민어가 보양식으로 자리 잡은 건 회의 맛보다 이 국물 덕분이라고 봅니다. 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고아내면 뽀얀 곰탕에 가까운 국물이 나오는데, 무더운 여름날 흘린 땀과 체력을 채우기에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민어전은 살을 얇게 저며 노릇하게 지진 것으로, 살살 녹는 부드러움이 생선 전 중에서 단연 손꼽힐 만합니다. 목포 지역에서 즐겨 먹는 말린 민어 간국은 생물보다 감칠맛이 훨씬 더 농축되어 있어 또 다른 맛을 선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민어는 정말 여름이 제철인가요?
A. 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여름은 민어가 많이 잡히는 시기이지 맛이 가장 좋은 시기는 아닙니다. 산란기에는 체내 지방이 알로 빠져나가 회의 감칠맛이 떨어집니다. 제 경험상 산란 전인 5~6월 초나 월동 직전 겨울 개체가 살집과 지방 모두 더 뛰어났습니다.
Q. 수치와 암치, 시장에서 어떻게 구분하나요?
A. 배 부분에 어두운 줄무늬가 있으면 수컷, 없으면 암컷입니다. 여름철 배를 눌렀을 때 말랑하고 항문이 붉게 돌출되어 있으면 알을 밴 암컷입니다. 수조에서 멀쩡히 헤엄치고 있는 개체는 민어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시장에서 크게 속을 일이 줄어듭니다.
Q. 민어 선어회와 활어회 중 어떤 게 더 맛있나요?
A. 취향 차이이지만, 일반적으로 활어회가 더 낫다고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민어만큼은 선어회를 더 선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유통 과정에서 자연 숙성이 진행되면서 감칠맛이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단, 방혈(放血)이 제대로 되지 않은 선어 민어는 잡내가 날 수 있으니 피부가 탁하거나 혈흔이 남아 있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민어 부레는 어떻게 먹나요?
A. 기름장을 찍어 날것으로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쫀득하고 쫄깃한 식감이 독특하며 씹을수록 고소한 단물이 배어 나옵니다. 전통 요리로는 부레 순대, 부레를 넣은 석류탕 등이 있으며, 이 모두 실제 존재하는 음식입니다. 부레는 암컷보다 수컷의 것이 더 크고 두툼해 맛도 풍부합니다.
Q. 민어와 홍민어(점성어), 남방민어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A. 홍민어는 꼬리지느러미 부근에 검은 반점이 뚜렷하고 머리가 둥글둥글합니다. 남방민어는 몸 측면 측선(側線) 부위를 따라 검은 반점이 줄지어 나 있습니다. 현재 이들을 민어라고 판매하는 것은 법적으로 사기에 해당합니다. 수조에서 똑바로 헤엄치고 있다면 민어가 아닐 가능성이 높으니 이것만 기억해도 구분에 도움이 됩니다.
민어는 매스컴이 만든 여름 제철 프레임에서 한 발 물러서서 볼 필요가 있는 생선입니다. 복날에 비싼 돈 주고 산란기 암치를 먹는 것보다, 피크 시즌 직전이나 말복 이후, 혹은 겨울철을 노리는 것이 맛과 가격 모두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꼭 여름에 먹어야 한다면 수치를 고르고, 회 한 접시로 끝내지 말고 부레, 탕, 전까지 풀코스로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래야 민어가 왜 보양 생선으로 수백 년을 버텨왔는지 납득이 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SLvF4Z955A